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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창업의 길 90. 박성현 리벨리온 대표




박성현 리벨리온 대표의 첫인상은 골격이 크고 지나치게 수수했다. 과학고를 2년만에 조기졸업하고 KAIST와 MIT를 거챈 수재지만, 중학교 3학년까지만 해도 울산시를 대표하는 유도선수였다고 한다. 우상조 기자.


‘국내 유일 딥테크 유니콘’ ‘엔비디아에 맞서는 K스타트업’. 세간에서 창업 6년차 스타트업 리벨리온을 표현하는 문장이다. 이제 만 다섯돌이 갓 지난 스타트업이 글로벌 AI반도체 시장의 공룡 엔비디아에 맞서는 게 가능할까 싶지만, 그간 출시한 제품과 무직자인터넷소액대출 투자 유치 실적을 보면 믿어봄직 하다는, 심지어 고마운 마음마저 든다. 폭풍처럼 다가온 AI 시대에 넋 놓고 쳐다볼 수밖에 없었던 AI반도체 설계 시장에서 한국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주고 있으니 말이다. 지난달 말 마무리한 3400억원 규모의 시리즈C 투자 유치를 포함해 5년간 누적 투자 유치가 6400억원, 기업가치는 1조 9000억원(9월 현재) 캐피탈신용대출상품 에 달한다. 영국 반도체 설계기업 ARM과 시가총액 기준 세계 3위권 아람코의 전략적 투자, SKT의 자회사 사피온과 합병 등이 만들어낸 성적이다. 수치는 실력을 증명한다. 창업 1년 만에 초고속 트레이딩과 위험 분석 등 금융 연산에 특화된 AI반도체 아이온을 출시했다. 또 1년여 뒤엔 데이터센터의 서비스 운용을 위한 AI반도체 아톰을, 지난 8월엔 엔비디 루마썬팅직수입 아의 최신 GPU H200과도 정면 경쟁할 수 있는 빅칩 ‘리벨’을 내놨다. 리벨리온은 최근 대전 KAIST에서 열린 ‘혁신창업국가 대한민국 국제포럼’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상을 받았다. 지난달 26일 성남 정자동의 리벨리온 본사를 찾아 박성현(41) 대표를 만났다.



판매가능액 김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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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창업주 정주영 회장이 롤모델

Q : 리벨리온을 정의해달라. 뭘 하는 회사인가. A : 리벨리온은 AI 반도체 설계 회사다. 쉽게 말해 AI 모델을 빠르고 효율적으로 돌릴 수 농협적금이자율 있는 칩을 만드는 게 핵심이다. 자체적으로 칩 구조를 설계하고, 이를 실제 반도체로 구현해 고객이 원하는 AI 서비스를 더 저렴하고 빠르게 할 수 있도록 돕는다.
Q : 사명이 독특하다. 왜 리벨리온인가. A : ‘리벨리온’(rebellion:반란)이라는 이름에는 ‘엔비디아 중심의 AI 반도체 시장 질서에 도전하겠다’는 뜻을 담았다. 우리 회사의 정체성을 잘 보여주는 사명이라고 생각한다.
Q : 왜 창업을 했나. 언제부터 창업을 꿈꿨나. A : 창업에 대한 생각은 대학 1학년 때부터 있었다. 울산이 고향인데, 현대그룹과 정주영 회장의 이야기를 들으며 자라다 보니 자연스럽게 ‘언젠가는 나도 내 회사를 해야겠다’는 꿈을 키웠다. 미국에서 비자 문제로 대기업을 다녀야 했지만, 영주권을 해결하고 나니 더 미룰 수 없었다. 창업은 내 경력 속의 필연적인 선택이었다. (박 대표는 KAIST 학부(전자공학)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석ㆍ박사(전기컴퓨터공학) 학위를 받았다. 첫 직장으로 인텔에서 서버용 CPU 설계, 이후 삼성전자 미국법인을 거쳐 스페이스X에서 인공위성용 AI칩 개발을 담당했다. 시민권자가 아니라 로켓용 AI칩 개발은 할 수 없었다고 아쉬워했다. 창업 전 마지막 경력은 모건스탠리. 금융 트레이딩 관련 반도체 설계를 했다.)
Q : 왜 AI반도체 설계인가. A : AI 반도체는 엄청난 성장이 예상되는 분야다. GPU 하나로는 감당하기 힘든 거대한 AI 연산을 더 효율적으로 처리할 방법이 필요했고, 그게 바로 AI 특화 칩이다. 인텔ㆍ삼성ㆍ스페이스Xㆍ모건스탠리에서 쌓은 경험을 종합해 가장 잘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따져보니 결국 AI 반도체 설계였다.



박성현 리벨리온 대표의 첫인상은 골격이 크고 지나치게 수수했다. 과학고를 2년만에 조기졸업하고 KAIST와 MIT를 거챈 수재지만, 중학교 3학년까지만 해도 울산시를 대표하는 유도선수였다고 한다. 우상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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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반도체 하기엔 한국이 최적

Q : 왜 미국이 아닌 한국에서 창업을 했나. A : 미국에서 창업하는 게 더 자연스러울 수 있었지만, 한국을 선택한 이유는 인재와 시장 두 가지 때문이다. 하나는 우수한 인재와 네트워크를 빠르게 모을 수 있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반도체와 관련한 대기업들이 많다는 점이다. 삼성ㆍSK하이닉스 같은 글로벌 기업들이 있고, 정부도 시스템 반도체를 키우겠다고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었다. 미국에서 혼자 시작하는 것보다 한국에서 생태계와 시너지를 내는 게 훨씬 유리하다고 판단했다.
Q : 사명처럼 엔비디아에 맞설 수 있다고 생각하나. A : 엔비디아가 장악한 생태계는 정말 강력하다. 정면으로 맞선다는 건 쉽지 않다. 하지만 사명처럼 도전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 우리가 가진 기술 역량, 빠른 실행력, 그리고 파트너들과의 생태계를 바탕으로 틈새부터 공략해 나갈 수 있다고 본다. 처음부터 거대한 질서를 무너뜨리겠다는 게 아니라, 도전하면서 대안을 하나씩 만들어가겠다는 게 리벨리온의 자세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혼자만의 힘으로는 대안이 될 수 없다. 사피온과 합병한 것도, SK텔레콤ㆍSK하이닉스ㆍKT 같은 대기업들과 손잡은 것도 모두 이 때문이다. 여러 회사가 힘을 합쳐야만 엔비디아 진영에 맞설 수 있다.
Q : 엔비디아가 이미 AI 생태계를 장악했는데. A : 엔비디아의 AI칩은 범용이지만, 엔비디아가 구축한 생태계는 기본적으로 AI 훈련 중심이다. 추론, 즉 데이터 서비스 쪽은 아직 엔비디아가 완전히 장악하지 못했다. 추론 쪽은 오픈소스를 중심으로 한 기업들이 많다. 우리는 데이터센터용 추론에 특화된 칩으로 선두와 격차를 파고드는 전략을 가지고 있다. 최근 출시한 리벨이 엔비디아의 최신칩과 맞설 수 있는 거다.



지난달 10일 오후 KAIST 정문 옆 가로등에 혁신창업대상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상을 수상한 박성현 리벨리온 대표 현수막이 걸려있다. 박종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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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R은 잘하는데 D가 부족

Q : 리벨리온은 민간 성공 사례이지만, 대학과 출연연이 주로 하는 공공 R&D의 패러독스 문제에 대한 견해가 궁금하다. A : 한국은 리서치(R)는 잘한다. 기초 연구나 논문 성과는 세계적으로도 뒤지지 않는다. 그런데 D, 즉 개발(development) 단계로 넘어가 상용화하는 데는 약하다. 결국 시장에서 팔릴 제품으로 연결해야 하는데, 그 부분이 부족하다. 결국 한국의 공공 연구에서 나온 좋은 성과들이 결국 외국 기업들, 특히 글로벌 빅테크에 흡수되는 경우가 많다. 논문과 기술은 국내에서 나오지만, 사업화와 시장 지배력은 해외 기업이 가져가는 구조다. 딥테크 기반 스타트업이 그 간극을 메우는 역할을 해야 한다. 공공 연구기관이 기초 연구와 기술을 쌓아주면, 스타트업이 그걸 이어받아 빠른 의사결정과 실행으로 상용화하는 식이다.
Q : 한국 사회에 바라는 게 있다면. A : 국가 차원에서 반도체, 특히 AI 반도체를 전략적으로 키워줬으면 한다. 지금은 메모리에 치중돼 있지만, 시스템 반도체와 AI 반도체는 앞으로 국가 경쟁력을 좌우할 분야다. 공공 연구ㆍ개발(R&D)이 R에 머물지 않고 D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제도와 지원을 보완해주길 바란다. 스타트업이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면 결국 국가 전체의 이익으로 돌아온다.
Q : 앞으로의 비전이 궁금하다. A :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에서 엔비디아에 도전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겠다. 지금은 추론 특화 영역부터 틈새를 공략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엔비디아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회사가 되는 게 장기적 목표다. 사명의 의미처럼 도전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고 믿는다.
■ 아나스 알가타니 와에드벤처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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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에드벤처스(Wa'ed Ventures) CEO 아나스 알가타니


“리벨리온은 한국의 혁신을 바탕으로 사우디 AI 생태계에서 새로운 기준을 세우며 리더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첨단 AI 반도체 기술을 도입하는 리벨리온의 행보는 세계적 스타트업을 유치ㆍ육성해 장기적인 경제 혁신을 이끌고자 하는 우리의 비전과 맞닿아 있다. 리벨리온의 여정은 한국의 성공 스토리이자 동시에 사우디의 성공 스토리이며, 와에드벤처스(아람코 벤처캐피털)는 이 과정에 초기부터 함께해온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
■ 김기준 카카오벤처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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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벤처스 김기준 대표


“리벨리온은 명확한 비전과 우수인력에 대한 흡인력을 가진 팀이다. 박성현 대표의 안목과 강한 갈망이 어벤저스급 인재를 모으고, 또 다른 최고 인재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빠른 실행력으로 단기간에 칩을 양산하며 AI 반도체 시장에 도전하고 있다. 우리가 투자에 참여한 이유다. 앞으로 세계적 AI 반도체 기업으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한다.” 」
최준호 과학전문기자, 논설위원 joonho@joongang.co.kr